"야, 이번 신촌 코노 어때? 방음 잘 된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거 다 똑같은 거 아냐?"
친구가 던진 이 한 마디에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저런 순진한 생각을 하다니. 물론 겉으로는 그냥 "어... 그런가?" 하고 넘겼다. 하지만 내 하드에는 마포부터 합정, 신촌, 홍대까지 수년간 발로 뛰며 수집한 코인 노래방 방음 데이터가 빼곡히 아카이브 되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어차피 완벽한 방음은 없어. 그런데 그 '없음'에도 등급이 있다는 사실을 너는 모르잖아.
### 초심자가 흔히 간과하는 함정, 유리문의 배신
내가 처음으로 '방음 실패가 단순한 창피를 넘어선 참사'라는 걸 깨달은 건 홍대의 한 프랜차이즈 대형 코노였다. 2019년쯤이었을 거다. 그날 나는 내 인생 곡을 진심을 다해 불렀다. 한 90%쯤 열창했을 때, 유리문 너머로 복도에 서 있던 커플이 나를 빤히 보며 입을 가리고 웃는 게 보였다. 나는 거울인 줄 알았던 거야.
그때 깨달았다. "아, 유리문에 붙은 저 시커먼 띠는 장식이 아니구나." 대부분의 구형 코노는 통유리문을 쓰면서, 시선 차단용 띠를 중간에 둘렀다. 문제는 소리 차단은 전혀 안 된다는 거다. 저음은 물론이고, 고음역대의 치찰음이 유리 틈새로 완벽하게 새어 나간다. 이건 방음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 자체의 결함에 가깝다. 그 이후로 나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문이 유리인지, 아니면 벽처럼 막힌 중문 구조인지부터 스캔한다.
### 방음 부스의 탈을 쓴 함정, 그 2.5cm의 비밀
반면에 마포 쪽 신축 건물들은 사정이 조금 낫다. 특히 오피스텔 상가 1층이 아닌, 지하 2층이나 건물 안쪽 깊숙이 박혀 있는 곳들. 이런 곳들은 애초에 내부 흡음재를 조금 더 신경 쓴 티가 난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하나 숨어 있다. 벽 두께다. 내가 집착적으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제대로 된 방음 부스는 벽 두께가 최소 7.5cm는 나와야 한다.
그런데 내가 직접 줄자로 재본 마포역 근처의 한 1티어급이라는 코노는, 벽 두께가 고작 2.5cm 더라. 속이 빈 합판에 회색 흡음 스펀지를 발라놓은 수준이다. 직원한테 "이거 혹시... 벽이 좀 얇은 거 아닌가요?" 하고 물었더니, "아, 이게 특수 방음재라 괜찮아요" 라는 교과서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어차피 안 될 텐데, 그냥 불렀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옆 방에서 부르는 아이유의 '좋은 날' 3단 고음이 내 랩보다 더 크게 들렸다.
### 결국은 '상대적'인 것, 그리고 단 하나의 실전 전술
MK울트라 해제 문서들도 그렇고, 내가 밤새 뒤져본 위키백과 노래방 역사를 봐도, 노래방 방음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결국은 상대적인 거다. 합정의 오래된 골목 코노는 건물 자체가 오래돼서 층간 소음이 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내부 벽이 심하게 얇다. 신촌의 신규 건물은 문 자체는 무겁지만, 천장을 통한 배관 소음이 타격이 된다.
가끔 내가 이 모든 자료를 어떻게 찾아내는지 신기해하는 친구들이 있다. 나는 그냥 알려준다. 정보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고. 공식 가이드 채널 같은 데서도 의외의 인사이트를 얻기도 한다. 어차피 완벽한 방음은 포기했다. 다만, 수많은 실패 데이터를 분석해 내린 내 결론은 단순하다. 다음에 코노를 가게 되면, 당장 로비에서 직원한테 "혹시 제일 구석 방, 그것도 막다른 복도 끝방 있나요?" 라고 물어봐라. 그게 그나마 덜 민망한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