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노래방에 10만원을 꽂아넣는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건 뭘까요? 가창력 향상일까요, 아니면 남에게 들키지 않을 안전지대일까요. 제가 보기엔 후자입니다. 잘 몰라서 그러는데, 방음이 제대로 안 되는 곳에서 고음을 지르는 건 공중화장실에서 옷 벗는 기분이거든요.
마포구에는 대략 40개 정도의 코인노래방 업체가 있는데, 이 중 방음 수준을 제대로 체크한 곳은 열 손가락도 안 됩니다. 어차피 대부분 가게가 문 닫을 때쯤엔 옆방에서 부르는 '이브의 경고'가 내 방까지 울려퍼지게 마련이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상하게 방음이 괜찮은 곳이 있긴 있어요.
홍대입구역 3번 출구 근처는 왜 다를까
가장 큰 착각은 신축 건물일수록 방음이 좋을 거란 믿음입니다. 현실은 정반대예요. 오래된 건물의 코인노래방들은 대부분 전신이 일반 노래방이던 시절 방음 내장재를 덧대놨습니다. 그 싸구려 스펀지 벽지가 오히려 소리를 죽여주는 아이러니.
작년에 홍대입구역 근처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가게는 건물 자체가 1990년대에 지어진 곳이었어요. 벽 두께만 일반 코인방의 2배 정도였죠. 근데 이런 가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어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안 와요. 확인해보니 그 가게도 결국 지난겨울에 문 닫았더라고요. 이거 아카이브 해둘 걸 그랬습니다.
방음을 판단할 체크리스트 하나만 남겨봅니다:
- 입구 문이 유리 + 철제 이중구조인가
- 벽면에 5cm 이상 두께의 스펀지 패널이 붙어 있는가
- 천장이 석고보드로 막혀 있는가
이걸 다 만족하는 곳은 사실 거의 없어요. 대신 하나라도 만족하면 기본은 한다는 뜻입니다.
꼭대기층과 지하의 차이, 그리고 함정
지하에 있는 코인노래방이 조용할 거란 믿음만큼 순진한 것도 없어요. 지하수압이나 습기 때문에 방음재가 금방 망가집니다. 실제로 마포구청 쪽 지하에 있던 어떤 가게는 장마철마다 벽에서 곰팡이 냄새가 올라와서 방음이고뭐고 빠르게 나온 적이 있어요.
오히려 건물 꼭대기 층. 5층 이상 올라간 위치에 있는 업장이 의외로 괜찮습니다. 위아래로 가게가 없으니 소리가 퍼질 곳이 없죠. 단, 이 경우에는 엘리베이터 있는 건물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계단으로 6층 올라가서 노래 부르다가 숨차서 죽을 뻔한 경험이 있어요. 그건 그거대로 공포입니다.
방문 전에 할 수 있는 최선은 네이버 지도 리뷰에서 '방음'이나 '시끄러' 이런 키워드로 검색해보는 거예요. 단, 별점 높은 리뷰는 거르세요. 진짜 정보는 대부분 3점 이하에 숨어 있습니다. "옆방에서 부르는 노래가 너무 잘 들렸다"는 냉정한 댓글이 오히려 진실에 가까워요.
그래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방음 좋은 코인노래방을 찾는 건 보조배터리 없이 하루 종일 포켓몬고를 즐기겠다는 발상과 비슷합니다. 애초에 구조적 한계가 있어요. 코인노래방 자체가 박리다매식 비즈니스라 방음에 돈을 쓸 유인이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당장 노래가 부르고 싶다면, 합정역 5번 출구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업체들 중 2층 이상에 자리잡은 곳을 골라보세요. 그 동네는 유독 노래방 밀집 지역인데 경쟁이 심해서 최소한의 방음은 신경 쓴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진짜 완벽한 방음을 원한다면 그냥 차라리 자동차 안에서 부르는 게 낫다는 게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