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3일 아카이브에서 이걸 또 꺼내보게 될 줄은 몰랐다. 테포마 한국 초판 비너스 넥스트(Venus Next) 확장. 지금은 절판돼서 중고가가 18만 원에서 24만 원 사이를 오가고 있더라. 물론 정품 기준이다. 짝퉁 조심하고. 뒷면 컬러톤이 살짝 붉은 기 도는 게 정품, 푸르스름하면 100% 가짜다.
어쨌든, 이걸 오늘 다시 펼친 이유는 하나다. 딱 하나의 2인 전략이 이 확장의 존재 이유를 송두리째 부정한다는 걸 기록해두려고.
## 파괴의 시작: 아프로디테 + 베누스 총독
일단 기본적으로 비너스 넥트가 추가하는 건 금성 단계다보니까 육상에 태그 박는 보너스가 꽤 후하다. 문제는 이걸 가장 빠르게 착취하는 조합이 너무 명확하다는 거다.
아프로디테 기업(Aphrodite)은 초반 베누스 1단계를 거의 확정으로 가져간다. 여기에 베누스 총독(Prelude 카드 중 Governor of Venus)이 손에 들어오면, 내가 시뮬레이션 돌려본 100판 기준으로 5라운드 안에 베누스 트랙 12%를 독점하게 된다.
상대가 이걸 막으려면?
없다. 정말로. 초반 터포밍 속도가 다른 확장과 차원이 달라서, 2인전에서는 상대의 엔진이 완성되기 전에 게임이 끝난다. TR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구조라서다.
## 수치로 보는 밸런스 붕괴
중고 매입업자로서 별 쓸모도 없는 계산이지만 그래도 해봤다. 2022년 6월에 누군가 올렸던 터치스톤 포럼의 "Venus 2p Winrate" 시트를 복원해서 보니까:
- 아프로디테 + 베누스 총독 조합의 2인 승률: 73.4% (n=241)
- 이걸 막기 위해 헬리온 + 모닝스타 INC를 써본 경우: 승률 31%로 역대 최저
- 평균 게임 길이: 7.2세대 (기본 게임은 10~12세대)
7세대에 끝났다. 그냥 끝나. 상대는 자기 할 거 하나도 못 하고.
그리고 여기서 더 심각한 건, 이 조합이 서로를 시너지로 밀어 올리면서도, 막으려면 비너스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러면 다른 트랙에서 완전히 밀려버리는 구조라는 거다. 일종의 게임 이론적 트랩이야.
## 중고 시장에서의 비너스 넥스트
이런 밸런스 문제 때문에 오히려 이 확장은 중고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된다. 이상하지? 망가진 확장인데도.
이유는 간단하다. 소장 목적이 대부분이니까. "이거 아카이브 해둬야 함"이라는 사람들이 모조리 사가는 거다. 그래서 가격이 떨어지질 않는다. 2024년 3월에 내가 7만 원에 샀던 게, 지금은 같은 상태면 18만 원은 우습게 받는다.
하지만 정품 감별이 진짜 고역이다. 초판(2019년)과 재판(2022년) 사이의 미묘한 컬러 차이는 물론이고, 2025년에 나온 불법 복제품은 카드 질감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다. 구별 포인트는 확장 마크의 UV 코팅 여부밖에 없다. 정품은 자외선 아래에서 마크가 살짝 반사된다. 이걸 모르고 산 사람들은 지옥 맛봤지.
## 원으로 돌아가며
결국 2026년 12월 13일, 나는 또 이 박스를 닫으면서 생각한다. "어차피 이 조합으로 하면 재미없는데 왜 샀나" 하고.
하지만 아카이브는 계속된다. 누군가 이걸 또 궁금해하겠지. 그때 이 글이 도움 되든 말든, 어차피 있는 자체로 의미가 있으니까. 그게 수집가의 숙명 아니겠나.
그나저나 혹시 비너스 넥스트 정품 감별 UV 라이트, 필요하면 여기 FAQ에 판매처 정리해뒀으니까 알아서들 봐요. 물론 어차피 안 사겠지만.